‘한 명의 아이가 자라는데 한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 그만큼 지역사회의 역할이 크다는 뜻이다.
단대동 논골에 위치한 단대우리지역아동센터는 3년 전 문을 연 이후, 초등학생과 중학생을 대상으로 교과학습과 멘토학습, 독서교육, 음악치료, 미술치료, 숲 생태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가 알고 있다시피 ‘지역아동센터’는 지역사회 내에서 아동과 청소년의 생활과 학업 전반을 지원해주는 곳이다. 현재는 저소득계층 아동 위주의 ‘공부방’ 형태에서 벗어나 지역 중심의 보편적 아동복지서비스, 곧 생활을 함께 나누는 곳으로 확대 됐다.
지역에서 마을만들기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는 윤수진 단대우리지역아동센터장을 만나봤다.
15년 전부터 숲 지킴이 및 숲 보전 활동을 하고 있는 윤수진 센터장은 이 지역 출신이다.
“저 또한 단대초등학교를 나왔습니다. 저와 센터에 함께 있는 우리 아이들은 저의 후배이기도 하지요. 이 곳은 취약계층이 많은 지역입니다. 아이들만을 위한 센터가 아니라 마을을 위한 센터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 우리 센터를 설립 했습니다”
또, 윤 센터장은 토요일에는 아이들과 영화를 보러가거나 산에 가는 숲 활동 (생태체험) 등을 진행한다. 현재 지역 청소년들을 돕는 자원봉사선생님들이 ‘환경살리기실천중앙연합회’ 소속의 숲 해설가들이기 때문에 이 지역 청소년들이 숲과 함께하는 활동을 누릴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다고 말한다.
윤 센터장은 센터 설립 후, 3년 동안 묵묵히 그리고 활발하게 일했다. 그에 대한 결과로 올해, 논골에 작은 도서관이 지어진다.
“3년 전, 주민들과 서명운동을 진행, 이 사업이 시민제안사업으로 채택 됐습니다. 올해 완공 되면 이것을 기점으로 마을만들기가 더 활발히 진행 될 것 같습니다”
올 봄, 논골 마을에는 알록달록 화사한 꽃이 활짝 피어 장관을 이뤘다. 작년에 SK네트웍스와 함께 영산홍 500그루를 심었고 이 꽃들이 모습을 나타낸 것이다.
“꽃은 사람을 즐겁게 하는 마법이 있다고 하잖아요. 어두웠던 주민들 얼굴이 꽃처럼 활짝 피고, 미소를 머금고 꽃을 바라보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아요. 작은 것으로부터 큰 변화를 가져 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윤 센터장은 하반기에는 문화재단과 함께 하는 마을만드기 사업을 진행한다. 상원여중 근처에 벽화를 그리고 마을 담벼락을 벽화로 꾸밀 생각이다.
“8월이 되면 이 근방이 화사한 색상으로 탈바꿈해요. 한 번 와보세요”라며 활짝 웃으며 말한다.
센터에서는 논골 생태학교도 진행하고 있다. 매주 토요일 엄마와 함께하는 논골생태학교는 숲에 가서 자연을 공부하고 힐링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번년도에는 ‘골목생태학교’도 처음으로 진행 된다.
“골목길 안에서도 민들레, 야생화가 피거든요. 꼭 좋은 환경을 찾아가서 공부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동네가 창피하고 못사는 지역이라 기피하는 곳이 아니라 골목 안에서도 얼마든지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다는 인식 개선을 해주고 싶어요”
이밖에 센터에서는 수학, 국어 등 뿐 아니라 그 외, 여러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저희요, 3년 동안 오카리나를 연주하고 있어요. 우리 아이들이 청소년육성재단 등, 여러 곳에서 초대 돼 공연하는 등 수준급 실력까지 갖추고 있습니다. 또한 나는 배우다 같은 청소년 연극을 진행, 아이들에게 자주성도 심어주고 있습니다”
센터에서는 과학교실, 미술치료, 음악치료 등도 진행 하고 있다. 전문 미술 선생님이 매주 월요일마다 와서 아이들과 함께 그림을 그리고 소통하고 있으며 합창단도 있다. 저소득일수록 아이들이 상처가 많기에 이런 프로그램을 준비하게 됐고, 이를 통해 아이들이 많이 밝아지고 활달해졌다.
“사물함 앞에 있는 그림을 한 번 보세요. 스스로 자신을 그린 그림이에요. 자기 얼굴하고 정말 꼭 닮았어요. 미술 치료를 통해 그림을 그리니 색감을 통해서 아이들에 정서가 다 나타나요”
윤 센터장은 다문화가정과 일반가정을 1:1 결연하는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이른바, 멘토와 멘티의 가정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아빠, 엄마, 아이를 1:1로 매칭해서 한 달에 한 번 숲에 함께 갑니다. 가면서 엄마들은 엄마들끼리 “어디 병원이 좋다더라”, “ 어느 시장이 싸더라” 등을 교류하며 멘토와 멘티가 되는 것이죠“
사실, 이렇게 많은 일을 하기까지 우여곡절도 많았다.
윤 센터장이 단대동 출신에다가 환경운동까지 했던 사람이라 주민들은 '무슨 생각으로 저렇게 까지 하는가, 돈을 바라는 것인가? 아니면 다른 이권을 챙기려고 하는 것인가' 하는 불신의 소리를 내비췄다고 한다. 그래도 그는 묵묵히 최선을 다해서 아이들을 위해, 더 나아가 지역을 위해서 일했다.
이러한 시선은 작년 10월에 열린 논골 축제를 통해 180도 변하게 됐다.
윤 센터장은 축제를 준비하면서 사실 걱정이 많았다. "큰소리는 쳐놨는데 과연 사람이 많이 올까?" 하는 의구심도 들었다. 그러나 가가호호 전단지도 붙이고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집집마다 다니며 구전 홍보도 했다. 그 결과 온 가족이 함께 하는 축제의 장이 성황리에 열렸다. 1000여명 이상이 축제에 왔다. 주민들이 직접 눈으로 보고 체험 해보니 ‘우리 마을에도 문화가 있을 수 있구나’라며 더 열심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을모임인 일명 ‘두목회(두번째 목요일에 만나서 회의)’도 만들었다. 지역아동센터가 논골마을센터 개념이 된 것이다.
현재는 모두 한 마음, 한 뜻이 되어, 땀나게 뛰어다니고 있다.
“제 매력은요, 같이 일을 안 하면 안 될 것 같게 만드는 것이래요. 행복한 마음을 주는 것. 이것이 모두 함께 마을을 행복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된 것이 아닐까 싶어요”
사실, 아직까지 사람들의 인식은 지역아동센터를 다닌다고 하면 ‘저소득층’이라는 사회적 낙인을 먼저 생각한다. 그래서 도움이 필요한 경우라도 이용을 꺼리는 경우가 있다.
이에 대해 윤 센터장은 “어려운 아이들이 오는 아이들이라는 센터의 개념보다는 마을 안에서 돌보고 보호해야 하는 아이들인 것을 인지하고, 일반 아이들도 와서 함께 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잘 준비 돼 있으니 함께 어울리며 사회성도 키웠으면 해요”
앞으로의 목표를 묻는 질문에 윤 센터장은 이렇게 말한다.
“제 목표요? 엄청 큰 목표가 하나있죠. 예쁜 아이들을 보며 예쁜 일을 하며 예쁘게 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