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회장을 선출하기 위해 성남시축구협회가 지난 28일 가졌던 총회가 경찰까지 출동하는 소동 끝에 결국 아무런 결과 없이 산회됐다.
성남시축구협회는 지난 28일 오후 5시 성남종합운동장 내 사무실에서 회장 선출을 위한 대의원 총회를 가졌지만, 축구협회로부터 이미 후보자 자격을 박탈 당한 이기원 전 축구협회 부회장과의 충돌과, 축구협회 이사진과 성남시 체육회 관계자와의 충돌, 그리고 축구부 보유 학교 교장들과 협회측의 충돌 등의 아수라장 끝에 산회됐다.
당초 이번 대의원 총회에서 선출될 회장 후보에는 유태목 회장과, 이기원 전 축구협회 부회장이 있었으나, 축구협회는 이기원 전 부회장이 현재 재판 중임을 문제 삼아 후보자격을 박탈하고 축구협회에서도 제명한 바 있다.
결국 유태목 회장이 단독 후보로 나서 사실상 회장 선임이 결정된 가운데, 이 날 대의원 총회에는 축구부를 운영 중인 풍생중•고, 성남중앙초, 한솔초, 미금초, 상원초의 교장들과 성남시축구협회가 임명한 대의원들, 그리고 성남시 체육회 관계자가 참석했으나, 시작하기도 전부터 분위기는 충분히 험악한 상황이었다.
축구협회 관계자들은 이 날 총회 진행을 보고자 참석한 성남시 체육회 관계자에게 ‘당신들은 자격이 없으니 나가 달라’고 거듭 요구했고, 체육회 관계자 측도 ‘어떻게 축구협회가 체육회를 배제하고 회장 선출을 진행 할 수 있나?’나로 버티며 좋지 않은 징조를 보였다.
이어서 이기원 전 부회장이 사무실에 들어서자 분위기는 한 단계 더 악화되기 시작했다. 거듭 나가라는 요구에도 총회에 들어선 이기원 전 부회장은 자리에 참석한 대의원들에게 자신의 후보 자격 박탈에 대한 반박 논리를 폈고, 관계자들은 계속해서 이기원 전 부회장의 말을 가로 막으며 퇴장을 요구했다.
협회관계자들의 퇴장 요구에도 이기원 전 부회장이 얘기를 계속하자, 협회 관계자는 경찰에 신고를 했고, 잠시 후 경찰이 장내에 들어서자 회의장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됐다.
과열된 분위기 속에서 축구협회 이사진들과 체육회 관계자의 언쟁, 이기원 전 부회장과 축구협회관계자의 언쟁 등이 복잡하게 터져가기 시작했으며, 이 가운데 축구협회관계자들이 체육회에 ‘당신들이 우리에게 해준 것이 뭐가 있길래 이래저래 하느냐?’는 말과 각종 자격 논쟁들이 감정이 섞인 채로 복잡하게 오갔다.
경찰은 협회관계자들과 이기원 전 부회장에게 사태의 정황을 들은 후, ‘아직 재판 중인 경우에는 뭐라 조치를 취할 수 없다’ ‘관련 부서에 상의하시거나 원만히 합의를 보라’는 말과 함께 현장에서 철수했다.
경찰 철수 후에도 계속된 아수라장에 이 날 대의원으로 참석한 교장들이 마침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한 교장선생님은 “갑작스레 대의원회의 참가를 통보하길래 와보니 회장 선임을 하는 것이었다. 거기다 여기서 벌어지는 일들도 우리는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 아닌가? 이렇게 일방적인 대의원 회의가 어디 있느냐?’며 한마디를 했고, 이에 이 날 사회를 맡은 한 협회 관계자는 다소 감정적으로 ‘교장선생님들이 뭐라 할 자격은 없다’고 응수했다.
이에 다른 교장 선생님들마저 격분하며 협회 측에 정확한 사실 조사와 설명을 요구하고 나서며 이번에는 교장선생님들과 협회 측의 분위기가 과열되기 시작했다.
결국 분기를 참지 못한 2개 학교의 교장 선생님이 자리에서 일어나 퇴장했고, 잠시 후 1명의 교장 선생님까지 차후 사실관계가 명확해 지고 충분한 설명이 있어야 한다는 말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며 결국 이 날 총회는 아무런 성과 없이 산회됐다.
이 날 자리를 박차고 나선 한 교장 선생은 “처음으로 축구협회 대의원 회의를 한다기에 참석했는데, 정말 어이가 없을 뿐이다. 대의원이라며 참석을 요구해서 와보니 자격이 없다질 않나, 거기다 아무런 설명 없이 회장 선임을 통보하고, 정말 이런 광경은 처음 본다”며 볼멘소리를 했다.
축구협회관계자는 오늘 총회에 대해 ‘우리는 봉사 하는 마음가짐으로 축구협회를 끌어가는 사람들이다. 우리가 내리는 결정에 체육회가 이래라 저래라 할 권리는 없으며 여태껏 대의원 없이 운영해왔는데 이제와서 대의원 회의를 거쳐야 사안들에 대한 인가를 해주겠다며 체육회가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밝혔다.
이에 체육회 측도 ‘성남시축구협회가 임원들을 정상적인 절차나 사유 없이 부당하게 해임하고, 관계 법령을 대의원 회의를 거치지 않고 마음대로 만드는 등 문제가 많다’며 이 날 가장 큰 문제였던 이기원 전 부회장의 후보 자격 논란에 대해서도 ‘역시 정상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은데다 축구라는 스포츠 안에서의 결격사유라면 충분히 그럴만하지만, 이기원 전 부회장의 해임 사유는 축구 밖이니 현재로서는 결격사유가 되지 못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날 총회에서 나왔던 다양한 이해관계와 사정들과는 별개로, 자신들을 봉사단체라고 주장하면서도 상위기관인 성남시체육회는 물론 대의원 신분의 축구부 교장들의 의견마저 묵살하는 성남시 축구협회에 수 많은 성남시민들과 축구인들은 ‘협회가 과연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라는 원론적인 고민에 빠지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