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기자회견이나 각종 행사들을 취재하며 가장 많이 듣는 단어 중에 하나를 꼽아보자면 바로 '기레기'이다.
당연히 필자가 그런 말을 직접적으로 들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기레기 라는 표현은 정말 다양한 상황에서 다채롭다 못해 창의적인 방식으로 언급되곤 한다.
인터넷 문화를 통해 '기자+쓰레기'라는 합성 신조어로 몇 년 전부터 등장한 이 단어는 기자라는 직업, 혹은 개인에 대한 다분히 모욕적이고 비하적인 의도에서 사용되어진다. 하지만 취재 중 간접적으로 남녀노소,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너무나 대중적으로 듣게 되기에 시쳇말로 이제는 필자의 명함에 '취재기자'대신 '취재기레기'라고 바꿔 기재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할 정도이다.
최근 찾아간 한 기자회견에서도 이 '기레기'라는 표현은 등장했다. 모 시민단체장이 마이크를 넘겨 받아 연설했던 부분이 어떤 논조였는고 하니, 자신들이 기자회견을 개최한 사안에 대해 그 동안 보도를 하지 않은 언론들은 '기레기'라는 것이다.
분명 큰 논란이 되고 있는 사안에 대한 좋은 취지의 기자회견이었고, 당시 자리가 기자들을 통해 자신들의 의견과 주장을 밝히는 것이 목적이었던 만큼, 발언에 대한 권리는 주최자 측에 있다. 하지만, 기자들이 모여있는 자리에서 의도는 그것이 아닐지라도, 해당 직업을 비하하는 발언을 하는 것이 좋은 단어선택이었는지는 혼란스럽다.
필자는 다른 것이 아닌 예의에 대한 얘기를 하고 싶다. 중국집 직원의 면전에서 ‘짱개’라는 말을 쓰지는 않을 것이다. 건축업 종사자의 앞에서 ‘노가다’라는 말을 쓰지도 않을 것이고. 그런데 자리에 있던 기자들에게 직접 하는 말이 아니라도 해당 직종을 싸잡아 욕하는 단어를 듣게 된다면? 좀 더 솔직히 쓰자면 서운하다.
물론 기자라는 직업, 직종이 다양한 개성의 사람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업무에 임하는 상황에서, 그보다 더 압도적으로 다양한 국민들의 니즈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점은 알고 있다. 감히 말을 하자면 도덕적이지 못한 부분들도 눈에 띌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기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소신발언을 하는 양, 주장의 강도를 높이기 위해 '기레기'라는 표현을 공공연히 사용하는 것이 과연 예의에 맞는 행동일까? 대체 언제부터 소신발언을 위해 다른 직업을 비하할 필요성이 생긴 걸까?
세상은 지금 초단위로 바뀌거나 진보하고 있으며, 언론 또한 이에 따라 다양한 방법으로 본연의 역할을 위해(혹은 생존을 위해) 변화하고 있다. 끝이 없는 과도기인지라, 국민들의 공감을 얻는 것에 힘든 상황이다.
그러나 카메라 가방을 메고 다니면서 보는 취재현장에는 '목소리 없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되기 위해 노력하시는 선배기자들이 항상 존재했으며, 국가.사회.국민을 위한 기사들을 생산하는 노력들도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맘에 들지 않는다고 한번에 싸잡아 욕하기에는 그런 분들의 노고가 너무나 슬프지 않나?
존중이나 존경은 직업이 아닌 개인을 위한 것이니 얼마든지 예외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최소한의 예의, 아니 최소한의 인정은 필요하지 않나 생각해본다. 필자도 언제까지나 초심을 잊지 않고 '기레기'가 아닌 '기자'가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