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시장, 수정안 부결로 재수정안 제출은 불법... ‘일사부재리원칙에도 어긋난다’
성남시의회는 임시회에서 수정예산안 투표결과를 두고 여야가 또다시 대립한 가운데 한나라당 단독투표로 성남시 2011년 예산안이 통과됐다.
그러나 이재명 시장은 성남시의회 처리절차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집행부가 본래 세운 예산을 그대로 집행하겠다고 선포하고 나서 시의회와 집행부간의 갈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성남시의회는 2011년 예산을 처리하기 위해 12월 31일 제175회 임시회를 개회하고 안건 토론에서 민주당 윤창근 의원은 “한나라당의 수정안에 대해 독선적이고 집단적이며 감정적인 삭감과 시민을 기만하는 삭감“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윤 의원은 “한나라당은 시립병원 건립에 동의하는지 반대하는지, 시장업무추진비 및 시정운영비 삭감의도는 무엇인지 매우 궁금하다며 한나라당에서 제안한 수정안은 동의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한나라당 강한구 의원은 “의회는 차선의 선택을 하여야 한다면서 3년여 남은시간 의원으로서 책임과 권한을 가지고 의정활동을 해야한다”며 “이번 정례회 회기 중 예결위 파행을 비롯해 본회의 파행은 누구의 잘못인지 생각해보야야 한다”고 말하며 “의회는 여야가 대화와 타협으로 상생의 길을 나가야한다”고 말했다.
오후 1시 30분경, 임시회는 다시 속개된 가운데 이재호 운영위원장은 "한나라당이 제출한 수정안 가운데 시책업무추진비는 기관업무추진비 등과 성격이 다르다며 의원분들의 오해가 없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정종삼 민주당 대표는 "한나라당은 민선4기 이대엽 前 시장 집권당시 시립의료원설립에 대해 여야가 합의해 85여억원을 예산을 통과 해놓고 지금에 와서 시립병원설립 예산을 삭감하면서 반대하지 않는다는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고 주장했다.
이후 장대훈 의장은 한나라당 박영일외 16인이 제출한 수정안에 대해 전자 기명투표로 진행할 것을 선언함과 동시에 새로운 청사로 옮기고 처음 시도되는 전자기명 투표에 대해 무척이나 조심스럽게 진행했다.
이번 임시회는 34명 가운데 33명이 참석해 투표한 결과 16명 찬성, 16명 반대, 1명 기권 으로 한나라당이 제출한 2011년 수정예산안은 부결됐다.
전자기명 투표 방법은 참석, 찬성, 반대, 기권 등 모두 네개의 버튼이 있으며, 20초 안에 참튼을 누른 후 찬성이나 혹은 반대, 기권을 선택해 눌러야한다. 성남시의회에 설치되어 있는 전자투표 시스템은 참석, 찬성, 반대, 기권 중 하나만 누르면 기권 처리된다.
그러나 장대훈 의장은 의원들에게 이 방법을 설명하면서 정작 본인은 참석 버튼만 누르고 20초 안에 찬성이나 혹은 반대 버튼을 누르지 못해 기권 처리가 됐다.
전광판에 '부결'이라는 결과가 뜨자 장대훈 의장과 이재명 시장, 그리고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순간적으로 '이해득실'을 분주히 따지면서 소란스러웠다. 장대훈 의장은 자신이 실수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다시 투표할 것을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투표 결과에 대한 후속조치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정회를 선포했다.
이후 한나라당은 긴급 대책회의로 모이면서 재 수정안을 작성해 75건에 232억여원을 삭감한 첫 수정안에서 시장의 시책추진업무 추진비 1억3천3백만원을 전액 부활시키고 학교사회복지사업비 7억7천여만원 전액 삭감에서 5억7천5백여만원만 삭감하는 내용으로 두번째 수정안을 만들어 본회의에 제출했다.
그리고 6시 30분경, 본회의는 다시 속개되어 장대훈 의장은 한나라당이 제출한 첫번째 수정안 75건에 232억여원이 삭감된 수정안은 정식으로 부결됐다고 선포 한 후 김순례 의원 등 14명이 새로운 수정안을 제출했다는 보고와 함께 안건을 처리하려 했다.
이때 이재명 시장은 발언권을 달라고 의장에게 요청했지만 시장에게 발언권을 주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하자 이 시장은 곧바로 퇴장했고 민주당 김용의원은 한나라당의 두번째 수정안 제출은 있을 수 없다는 요지의 발언과 함께 민주당과 민노당 의원들이 모두 퇴장했다.
이후 김순례 의원이 수정안 제출에 따른 제안 설명을 하고 장대훈 의장은 표결에 들어가려 했지만 의결정족수 미달로 정회를 선포해야 했다. 성남시의회에서 어떤 안건을 결정하려면 의결 정족수를 충족시켜야 하는데 의결 정족수는 재적의원 34명 가운데 과반수인 18명 이상 참석해야 하고 참석한 의원들의 절반이 넘는 숫자가 동의해야 결정이 되는 것이다.
성남시의회는 한나라당이 18명, 민주당이 15명, 민노당이 1명으로 구성돼 있어서 민주당과 민노당이 모두 빠져도 한나라당 단독으로 의결정족수를 채울 수 있지만 황영승 의원이 마침 제주도에 가는 바람에 한나라당 의원들이 17명에 그쳐 의결정족수를 만들지 못했기 때문에 표결을 진행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오후 7시 40분 경, 이재명 성남시장은 송영건 부시장을 통해 기자회견을 열고 “2011년 새해 예산은 다수당인 한나라당이 수정안을 제출해 부결처리된 것”이라며 “이는 집행부에서 요구한 원안대로 승인된 것이기 때문에 집행 하겠다'고 선언했다.
또한 “수정안건이 부결됐다고 재수정안을 내는 것은 불법이고 명백한 하자이며 일사부재리원칙에도 어긋난다”고 밝혔다.
이후 의사당 안팎에는 제주도에 있던 황영승 의원이 비행기를 타고 올라오고 있다는 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오후 8시 45분 비행기를 타고 김포공항으로 오고 있고 김포공항에는 차가 대기하고 있어서 자정 이전까지는 충분히 들어올 수 있고 그렇게 되면 한나라당 단독으로 의결정족수를 채워 2011년 수정 예산안을 의결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결국 밤 11시 30분 경, 다시 본회의가 속개되고 민주당 의원들은 아예 참석하지 않은 채 18명의 한나라당 의원들만 본회의장에 들어와 김순례 의원이 제출한 2011년 성남시 수정 예산안을 이번에는 기립으로 표결해 통과시켰다.
본회의 산회 직후 한나라당협의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시장의 원안승인 주장은 율사출신 시장의 자의적인 법 해석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며 ”더욱 황당한 것은 의회에서 통과되지도 않은 예산을 시장이 마음대로 집행하겠다고 선언한 것은 행정력과 의사소통 능력의 부재가 안타깝다"고 말했다.
정례회 기간 동안에 예결위 파행, 정례회 산회, 그리고 12월 31일 제175회 임시회를 소집하면서 진행된 성남시의 2011년 예산은 결국 그렇게 마무리됐지만 이번 문제에 있어 집행부와 한나라당과의 견해차가 클 것으로 보여 앞으로 갈등의 불씨는 계속 남게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