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성남시 청년배당 조례안이 성남시의회에서 통과됐다.
이로써 성남시는 내년부터 성남시 관내 3년이상 주민등록을 한 청년들에게 연 100만원씩을 지역화폐로 지급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게 됐다.
'청년배당'이라는 정책이 아직 우리나라에 낯선 보편적 복지의 범주에 속하다보니 당연하게도 조례안의 통과 과정에서는 성남시의회 양당의 극한대립이 이어졌고, 선역과 악역이 따로 없는 논쟁이 발발 했었다.
양당 의원들 모두 현재를 살아가는 청년 층이 '헬조선', '7포세대' 등의 신조어를 만들어낼 만큼 암울한 현실속에 처해있다는 사실에는 공감하고 있었다. 다만 그에 대한 해결책에 있어 철저한 이견이 있었을 뿐이다.
결론적으로 이번 정례회에서 조례안이 통과됨에 따라 이제 '청년배당'은 표면적으로 성남시의 손에서는 벗어났다. 남은 것은 쉽지 않겠지만 보건복지부와의 협의 뿐이다.
청년배당이 전국적인 이슈로 자리잡는 과정에서 긍정적, 부정적인 여론을 떠나 전국민의 눈이 성남시를 향하게 됐다. 이 때문에 만약 계획대로 사업이 시행될 경우 성남시의 어깨는 정말로 무거워진다. 파격적인 정책을 추진함에 있어 그야말로 '극한 노력'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본론으로 들어가 '만약' 보건복지부와의 협의가 순탄히 이뤄져 청년배당 정책을 시행하게 될 경우에 대해 '김칫국'을 마셔보자. 고민해야 할 부분들을 예로 들어보겠다.
첫번째로 고민해야 할 것은 청년배당의 지급이다. 사업 시행 첫해에는 시험적으로 만 24세의 청년들만이 수혜대상이 된다지만 당초 목표대로 19~24세로 넓어질 경우 얘기가 많이 복잡해진다.
일반적으로 만 19세~24세의 남성의 경우 군복무로 2년간 사회에서 벗어나 있는 경우가 생긴다. 받고 싶어도 받지 못하는 계층이 생기는 것이다. 굳이 군복무 문제가 아니라도 시행 중 정말 많은 사례들이 넘쳐날 것이다.
또한 지방대 입학 등으로 인한 피치 못할 사정으로 성남시를 떠나있는 청년들의 경우, 성남시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지역화폐는 받기도 힘들고 만약 받더라도 쓸 수 없는 '부루마블 머니'일 뿐이다. 이에 대한 세밀한 대비책이 필요하다.
두번째로 고민해야 할 부분은 쓰임새이다. '청년들의 자기개발 목적', '성남시에서만 쓸 수 있는 돈', '처음에는 성남사랑상품권, 이후 카드 지급' 등등의 기본전제에 제한사항들이 필요 이상으로 포함될 경우, 청년들이 '월 8만3천원에 상당하는' 무언가를 받게 된다해도 그 쓰임새는 그다지 많지 않다.
제한이 없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 경우에는 제한사항을 정말 섬세한 균형하에 두거나(외줄 타듯이), 지급되는 상품권 및 카드가 이미 충분히 활성화 돼있는 것이라야 한다.
단순히 '우리는 한 달에 8만 3천원 씩 청년에게 주고 있으니 관심을 주는 것이다'라고 말하며 끝날 문제가 아니다. 청년 층의 미래에 투자하는 정책이라면 그들에게 매력적인 무언가가 제시돼야 하며, 그렇지 않고 '극히 사용이 한정된 지역 화폐'가 지원된다면 그것은 이미 청년들의 지갑에 가득한 쿠폰이나 할인카드와 다를 바 없다. 시가 정책을 추진하기에 앞서 고민에 고민을 거듭해야 할 사항이다.
마지막으로 약간 논점에서 벗어나 수혜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청년들을 한번 짚어보자. 만19~24세의 청년들은 치솟은 대학등록금, 암담한 사회현실로 인한 희망 상실 등으로 인해 분명 어떤 방식으로든 사회적 관심이나 도움이 필요한 것이 맞다.
하지만,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 만 25~30대 초반의 청년들도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대학 졸업 후 순탄히 잘 풀린 청년층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대학은 졸업했는데 받아주는 곳은 없고, 나이가 찼으니 집에 손벌리기 힘들어졌고, 대학교에 다닐 당시 빚졌던 학자금이 남아서 고생하는 청년들의 에피소드는 이제는 많다 못해 식상할 정도이다. 시가 '청년층'을 위한 정책을 고민한다면 굳이 청년배당이 아니더라도 지원을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
이번 청년배당 조례안의 추진 과정에서 성남시의 움직임은 매우 기민했지만, 공개토론회나 간담회 등을 통한 전세대의 교감과, 반대여론의 설득을 위한 사업 그 자체의 디테일은 부족한 부분이 있지 않았나 생각된다.
이후 정책의 실제 시행 여부를 떠나 이번 조례안의 추진 과정에서 청년층에 대한 현실 재고 및 지원 의지가 다뤄진 부분은 매우 큰 의의가 있다. 하지만 이런 부분들이 이제부터라도 올바로 짜여져 앞으로 이어질 청년들을 위한 정책이 보다 확실하고 희망적인 것으로 실현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