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노무현정부 국정홍보처장 김창호
대한민국의 양심세력은 ‘국정교과서’는 이미 관속에 들어갔으니 다시 살아날 수 없을 거라고 믿었다.
그러나 박근혜정권과 새누리당은 지난 12일 교과서 집필진을 직접 구성해 내용 검수 및 발행까지 맡아 제작하는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행정예고하고 청와대 5자회동과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국정교과서 추진을 거듭 확인하면서, 현행 검인정교과서가 좌편향이라는 성립될 수 없는 거짓말로 여론을 호도하며, 내년 총선을 겨냥하여 대한민국을 이념 논쟁으로 분열시키고 그 관 뚜껑을 다 열어젖히는 만행을 저질렀다.
역사라는 과목은 같은 사안을 두고 견해와 판단에 따라 평가가 다를 수 있으며, 하나의 획일화된 역사 교과서는 다양한 학설을 배울 권리가 있는 학생들의 학습권과 선택권을 뺏어가는 것으로 우리의 아이들과 후손들에게, 시대에 역행하며 민주주의 가치와도 맞지 않는 '친일. 독재 미화 정권교과서'를 물려줄 수는 없다.
2013년 ‘UN 특별보고서’에는 바람직한 역사교육 지침으로 “역사교육은 애국심과 민족적 동일성을 강화, 공적인 이념을 따르는 젊은 세대 육성을 목적으로 해서는 안 된다. 폭 넓게 교과서가 채택되어 교사가 교과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교과서 선택은 특정 사상, 정치적 필요에 기반 해서는 안 된다. 역사교과서 내용의 선택은 역사학자에게 맡겨져야 하며, 특히 정치가 등 다른 사람들의 의사결정은 피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회주의체제인 중국도 교과서 검정제를 시행하고 있으며, 유럽에서는 검정제보다 더 나아간 자유발행제가 보편적이다. 정권의 정통성이 약하고 후진국가일수록 국정교과서를 선호하고, 민주주의가 충만한 선진국일수록 다양한 교과서가 쓰이고 있는 것은 학문적 자율성과 다양성을 보장하는 가운데 역사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충고인 것이다.
"가계부채 1000조 시대, 청년실업 문제, 전세대란, 노인일자리 창출 등 어려운 민생을 살피고 경제를 살리는데 전념해야 할 이때, 민생을 희생시키면서까지 자신들의 부끄러운 과거를 세탁하기 위해 역사를 거꾸로 되돌리려는 박근혜정권과 새누리당을 강력히 규탄하며, 학계교육계를 포함한 국민 다수가 반대하고 있는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철회하고 동시에 ‘역사교과서 국정화 방지법’ 제정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