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발렌타인데이가 다가왔다.
하지만 이번 발렌타인데이의 분위기는 그동안 지나온 날들과 사뭇 다르다. 이번에는 '도마 안중근 의사'라는 새로운 키워드가 추가 됐기 때문이다.
최근 근대역사에 대한 일본과의 대립으로 인해 이같은 움직임은 상당히 거세게 일고 있다. 지난 10일부터 경기도교육청은 '2월14일 발랜타인데이... 안중근 의사가 사형선고를 받는 날입니다'라는 광고를 온오프라인 통해 배포하며 추모 분위기를 형성했고, 이에 따른 반응으로 현재 전국적으로 안 의사에 대한 관심과 물론, 역사 인식을 환기시켜야 한다는 움직임이 더해지고 있다.
1909년 하얼빈 역에서 침략의 원흉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 사살한 안중근 의사는 1920년 2월 14일 중국 뤼순(旅順)에 있던 일본 관동도독부 지방법원에서 1910년 사형선고를 받았고, 한달여 뒤인 3월 26일 서거했다.
허나, 이에 대한 반응이 무조건적으로 긍정적이지만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일부 젊은층은 인터넷을 통해 최근 확산되고 있는 <발렌타인데이는 일제가 안중근 의사를 잊게하기 위해 도입한 날이니 초콜렛이 아니라 안중근 의사를 기억해야 한다>는 주장들에 불편한 시선을 보이고 있다.
이들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이미 수십년간 우리나라에 뿌리를 내린 발렌타인데이를 너무 일방적으로 '개념 없는 문화'로만 몰아가고 있다'라는 것이다.
이 같은 의견은 보는 시각에 따라 일견 수긍이 가기도 한다. 유래야 어찌됐든, 수십년간 우리나라가 향유한 문화이기도 하고, 발렌타인 데이로 인해 파생된 화이트데이(3월 14일), 블랙데이(4월 14일) 등의 다른 기념일들은 한시적이지만 소비를 촉진시키는 꽤나 바람직한 영향을 끼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다른 부분을 생각해보면, 최근의 추모열기는 조금 강요적인 측면도 없잖아 있다. '삼일절(3.1)을 삼점일로 착각하고, 제헌절과 개천절의 날짜가 명확치 않은 현 세대들에 갑작스럽게 <안중근 의사가 사형선고를 받은 날>이라는 것은 한번에 와닿기 힘든 고차원적인 문제이다.
그것은 마치 고기를 먹기 싫어하는 어린아이에게 사골 국물(엑기스)이 몸에 좋다고하며 먹기를 강요하는 것 같다. 아이가 고기를 먹도록 하기 위해서는 골라내지 않고, 조금씩 맛을 볼 수 있도록 '갈아주는' 노력이 선행되야 한다.
이에 따라, 젊은 세대들을 사회로 보내고, 현재도 양성시키고 있는 한국 기성세대의 반성과 보다 균형있고,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학생들에게 '역사교육이 성적에 영향을 주지 않는' 환경을 만든 것은 분명히 잘못된 것이고, 그에 대한 후폭풍은 앞으로도 점점 거세질 것이다. 역사관이 이미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조금 비약해서 안중근 의사의 생일까지 의미있게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안중근 의사는 우리 국민에게 있어 국가가 존재하는 한 절대 잊지 말아야 하는 의인(義人)이며 위인(偉人)이다. 현재 기념일, 혹은 추모일을 앞두고 이 같은 논쟁이 일고있는 것은 어떻게 보더라도 긍정적인 상황이 아니다. 왜 안중근 의사를 고작 초콜렛과 싸우게 하는가?
안 의사의 사형 집행일 날짜와, 발렌타인데이 모두 앞으로 날짜가 변할일은 없을 것이다. 때문에 이 같은 논쟁은 매년 끝없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좋은 것을 강요하는 입장과, 그것을 불편해하는 반대쪽 입장은 한번에 해소되는 문제가 아니겠지만, 문화는 문화대로 향유하고, 역사관은 역사관대로 확립해나가는 조화로운 국가를 위해서는 달리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 있지 않나 생각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