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터넷 세상은 새누리당 신의진 의원이 발의한 '중독,예방 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 이른바 '게임중독법' 때문에 더 이상이 없을 정도로 격앙돼있다.
이 '게임중독법'의 취지는 게임을 국민들의 중독을 유발하는 물건으로 규정, 이에 대한 관리를 국가가 나서서 해야한다는 것이다.
총성은 국회에서 울렸지만, 전쟁은 장외에서 벌어지고 있다. 온오프라인 망라해 법안통과 찬성자들은 그동안 게임산업이 국민에게 미쳐왔던 여러 문제점들을 구체적으로 성토하고 있고, 첨예히 대립하고 있는 찬성 입장 및 업계 관계자들은 게임산업이 가지고 있는 세계적인 경쟁력과 잠재적인 가능성들을 열거하며 날을 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게임중독 논쟁'으로 인해 본의 아닌 수혜를 보고 있는 지자체도 있다. 성남시는 최근 게임 산업에 대한 적극지원을 천명하고 현재 수많은 지원안을 진행 중이거나, 진행 예정인 상태이며, 이 때문에 법안에 반대하는 국민들과 게임업계 종사자들에게 '이상적인 도시와 행정'의 이미지를 쌓으며 부각되고 있다.
이에 호응하듯 성남시도 2차례의 브리핑을 통해 정부의 게임산업 규제를 비판하고, 이를 보다 완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한 바 있다.
필자 역시 정부의 게임규제에 대해서는 분명한 반대 입장이다. 하지만, 현재 게임규제법에 대한 반대 이유를 살펴보면 여러가지로 불편한 것도 사실이다.
이유는 그것이 '돈 얘기' 뿐이기 때문이다. 게임규제를 반대하는 입장의 내용 중 주된 키워드를 살펴보면 '산업'과 '경쟁력'이다. 결국 게임은 돈이 되는 사업이기 때문에 죽이면 안된다는 것이 주장의 뼈대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게임공화국'으로 격상되고 있는 성남시의 반대 논조도 이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다. 성남시는 게임산업이 올해 상반기에만 1초5천억원의 수출액을 벌어들이는 등 국가경쟁력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수익산업'이라는 점으로 논리를 시작하고 있다. 세수와 시민들의 일자리 확충에 힘써야 하는 지자체 입장에서는 당연한 접근법일지는 모르나, 뭔가 중요한 것을 잊고 있지는 않은지 아쉬움이 남는다.
게임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향유하고 있고 향후로도 수많은 사람들의 뇌리를 지배할 '문화'이다. 이를테면, 한 국가의 문화를 알리고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90년대 우리나라가 만화를 유해매체로 규정하고 박해를 시작하자 만화산업은 결국 고사하게 됐고, 이로 인해 문화적 선택을 하지 못하고 만화대국 일본의 문화공격에 대항할 방어체제를 잃게 됐다.
현재 대한민국의 아이들은 '해적을 동경하고', '군국주의자 만화가의 작품을 즐겨보는' 상황에 이르게 됐으며 이제는 비단 만화만이 아닌 다른 일본의 수 많은 문화들에 대해 전혀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 깊이 생각해보면 소름이 돋을 정도로 심각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중국역사를 살펴보면 세계사를 통틀어 가장 강력한 무장집단이었던 원나라(몽고)를 중국의 한족이 꺾게 된 무기가 '더 강한 병기'가 아닌 튼튼한 뿌리를 갖춘 문화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기우이길 바라지만, 최근 정부의 게임 규제 움직임은 마치 그 당시의 데자뷰를 느끼게 한다. 이로 인해 발생할 문제는? 주변을 보자,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거액의 투자를 통해 게임산업 육성에 힘쓰고 있다. 온라인 게임시장의 경우 최근 중국산 신작 게임들이 물밀듯이 국내에 침투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는 이미 콘솔(플레이스테이션 게임기) 시장을 미국(엑스박스)과 양분하고 있으며 사실상 세계 게임의 종주국이다. 우리나라 게임계에 빈틈이 생긴다면 휴지에 물 번지듯 게임을 통해 타국문화가 유입될 가능성은 너무나 농후하다.
분명 국내 게임업계는 타 업계에 비해 아직 역사가 짧고, 이로 인해 게임 그 자체의 중독성 이외에도 '지나친 상업성과 선정성', '도덕적 콘텐츠 부재', '열악한 업계종사자들의 노동환경' 등의 여러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기에 정부는 어쩌면 개인 문제일 수 있는 '게임 중독'에 대한 시선을 거두고, 게임이 보다 더 국가적이고 문화적인 콘텐츠가 될 수 있도록 육성, 독려해야 하며 게임업계 관계자 및 규제 반대 입장에 있는 사람들도 '게임=문화'라는 자각을 거쳐 이를 정부 및 국민들에게 이해시키려는 노력을 해야 하지 않을까?
어긋난 전제로 인해 발생한 불편한 논쟁은 결국 불편한 결과를 부른다. 이제는 싸움이 아닌 '대화'를 해야하며 이를 위해 상호간의 보다 더 깊은 '이해'가 필요해진 시점이 아닌가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