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에는 여러 복지사업에 대한 논의, 혹은 논쟁이 계속되고 있으며, 사회적 약자에 대한 인식도 점진적으로 개선되어가고 있다.
국민들의 의식 변화로 인한 부분도 분명히 작용했겠지만, 현재의 이같은 여러 시도와 논의들은 그동안 복지현장에서 계속되어온 여러 비장애인들과 장애인들의 수 많은 노력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가나안근로복지관은 사회복지법인 가나안복지재단에서 설립한 장애인 직업재활시설이자, 재제조 카트리지를 판매하는 성남시 제1호 사회적기업이다.
현재 총 40명의 중증장애인, 아니 근로사원들의 구슬땀을 통해 운영되는 가나안근로복지관은 장애인에 대한, 장애인이 만든 제품에 대한 여러 편견들에 맞서 양질의 제품을 꾸준히 생산하며 '상생과 연대'라는 사회적기업으로서의 가치를 지켜나가고 있다.
또한 장애인 직업재활시설로서도 다양한 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이들의 직업인(職業人)으로서의 떳떳한 사회진출과, 한사람의 생활인(生活人)으로서의 자립심을 기를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에 본지는 추석을 앞둔 29일 가나안근로복지관 백승완 관장을 만나 사회적기업으로서의 가치, 운영상의 어려움, 그리고 장애인의 인권 등 여러 주제를 놓고 이야기를 들어봤다. -편집자 주 ->
1. 성남시 사회적기업 1호로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우선, 전국에서도 사회적기업이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성남시에서 제1호 사회적기업으로서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한편으로 우리가 이같이 선도적인 위치에 있음을 분명 큰 책임감을 느끼고 있지만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사회적 기업으로서의 본질은 '상생과 연대'에 기본 가치를 두고 있다고 생각한다. 사회적기업의 영리는 사회에 대한 재투자 및 고용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사실을 항상 가슴에 두고 상기하고 있으며, 이같은 가치가 흐려진다면 이 '사회적기업'으로서의 생명은 끝난다는 것이 우리의 신념이다.
이같은 가치들을 우리 복지관이 선도적으로 지켜오고 있고, 앞으로도 지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는 것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2. 복지관에서 일하는 근로장애인(근로사원)들의 처우를 위해 특별히 신경 쓰는 부분이 있다면?
먼저 우리는 절대로 '장애인'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으며 '근로사원'들이라고 칭한다.
이 근로사원들의 처우를 위해 가장 신경을 쓰는 것은 '임금'이다. 임금이 따르지 않는 직업인들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우리 복지관의 근로사원들이 사회 안에서 직업인으로서의 기능을 온전히 할 수 있도록 가급적 모든 사원들에게 최저임금을 보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근로사원들의 인권을 지키기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 복지관의 경우 '자기결정권'을 테마로 정하고, 근로사원들이 작은 일 하나부터 사회구성원으로서 생활에 필요한 행동 하나하나를 스스로의 판단과 결정에 의해 행하면서 배워나갈 수 있도록 자체적인 프로그램을 기획해 운영하고 있다.
예를들어 최근에 경기도 포천시에서 진행한 글램핑 프로그램에서는 참여한 근로사원들이 수퍼마켓에서 재료를 직접 구입하고 본인만의 레시피를 결정해 음식을 만들도록 했다. 당초 장애인들을 위한 복지라함은 음식을 봉사자(비장애인)들이 마련해주고 일방적으로 먹도록 하는 구조였지만, 이를 탈피해 근로사원들이 이같은 결정을 하며 배우고 익숙해지도록 하면서 사회적 자립심을 갖게 하는 것이다.
또한 은행에서 직접 ATM기를 사용하도록 교육하는 것을 비롯해 동사무소에서 민원서류 발급하는 법, 여기에 노래방 기계 사용법까지 세상에서 비장애인들이 하는 모든 것을 지속적으로 교육하고 있다.
이들이 사회안에서 "나도 해봤어, 나도 입어봤어, 나도 먹어봤어, 나도 가져봤어"라고 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불가능하다고 하지만 우리는 지속적으로 시도하고 있다.
3. 제품에 대한 질문으로 넘어가 보겠다. 근로사원(장애인)들이 생산하는 제품의 품질에 대한 편견이 있을 수 있는데, 불량률이나 제품에 대한 구매자들의 평가는 어떤지?
우리의 경우 정부 및 공공기관의 우선구매제도를 활용해 꾸준히 양질의 제품들을 공급해오며 이같은 편견들을 조금씩 개선하고 있지만, 비장애인들 특히 중국산 제품들을 속칭 박스갈이를 통해 장애인 생산제품으로 속여 엄청나게 싸게 판매하는 반칙행위들 때문에 어려움이 있다.
우리 제품의 경우 꼼꼼한 검수를 거쳐 판매되기에 불량률이 1%대를 기록하고 있으며, 정품이 0.7~0.8%인 것을 비교하면 거의 동급의 성능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반칙행위로 나온 제품들'의 경우 자체적인 검수 없이 시장으로 나와 판매되기에 불량률이 높으며, 이같은 행위들로 인해 전체적인 재사용 카트리지 제품 이미지가 훼손되고 있다.
또한 정품 업체들로부터 나온 소위 '재제조 카트리지는 프린터를 망가뜨린다'는 루머도 있었는데, 당연하게도 근거 없는 헛소문이며 이를 해소하는 것이 우리들의 주요 과제이다.
다행스러운 점은 저희 복지관의 생산품이 이런 편견들을 점차 해소하며 좋은 이미지를 심고 있다는 것이지만, 다같이 상생하지 못한다는 점이 아쉽다.
실제로 여러 업체들과 공공기관에 공급된 카트리지 제품들이 매우 높은 평가를 받고 있으며, 재구매율 또한 매우 높다.
4. 근로복지관 운영에 있어 어려운 점이나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먼저 운영에 있어 확실히 문제가 되는 것은 역시 직원들의 급료를 위한 '예산'을 꼽을 수 있겠다. 내년부터 최저임금이 큰폭으로 오르게 되는데, 분명 바람직하고 기쁜일이지만, 최저임금을 어떻게든 지켜오던 우리의 경우, 내년에 크게 늘어난 매출 및 순이익을 달성해야 한다.
편법 없이 최선을 다해 최저임금액을 사수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지만 분명 어려운 과제가 될 것이다.
다음으로 아쉬운 점이 있다면 현재 우리 근로복지관에서 근무하는 베테랑 사원들이 사회로 나가 한사람의 직업인으로서 도전할 수 없는 현실을 꼽을 수 있다.
당초 우리의 목표는 장애인들의 기술 교육을 통한 사회진출이었다. 15년 이상 우리 복지관에서 근무한 베테랑 사원들은 국내 어느 재제조 업체에 가도 비장애인들 이상의 기술을 보여줄 수 있는 우수한 실력을 갖춘 이들이지만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으로 정체되고 있어 너무나 아쉽다.
5. 지난 6월 '2017년 사회적기업 육성 유공' 국무총리표창을 수상했다. 이에 대한 소감은?
국무총리상은 단체표창으로서는 가장 높은 상으로 알고 있다. 장애인들이 일하는 곳임에도 세상의 편견을 이겨내고 동등한 평가 기준 아래 수상했다는 것에 큰 의미를 두고 있다.
분명 수상자는 우리이지만, 이 상이 국내의 모든 장애인 근로자 및 장애인들에게 큰 희망과 위로, 그리고 격려가 될 것이다. 영광스럽고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6. 사무원(선생님)분들도 근로사원들을 위한 프로그램 및 복지관 운영에 있어 매우 노고가 클 것 같은데?
우리의 모토가 '보이지 않는 것(가치, 비전, 이념, 사명)에 의해 지탱되는 조직'이며, 관보의 제목 또한 '가나안으로의 여정'이다.
근로사원들이 없으면 복지관이 존재할 수 없으며, 제 자신을 포함한 사무원들의 봉급 또한 근로사원들이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돈이 아닌 가치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농을 섞어 쓰러질까 걱정이 될 정도로 이 사회복지의 가치와 사명감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근무하는 사무원들이 많다.
아직도 갈 길은 멀지만, 여러분들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이같은 '보이지 않는 가치', '가나안으로의 여정'이 점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7. 마지막으로 시민들께 전할 말이 있다면?
많은 분들이 제게 묻는 말이 "장애인을 만나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이다.
먼저 말씀드리자면, 장애인들을 특별하게 생각하시지 말아달라는 점이다. 모두가 함께 살아가며 서로에게 힘이되어주고, 위로가 되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과거에는 장애인의 복지가 의료행위, 즉 치료에만 집중되어 있었다. 요컨데 '너를 (정상적으로)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모두가 알다시피 바뀌는 것은 없었다. 이를 거쳐 장애인들이 권리를 주장하고, 사회참여가 늘어가다보니 '장애인이 아닌 사회가 먼저 바뀌어야 한다'는 의식이 생겨났고, 이제 장애인들과 사회가 함께 변화하고 발전하는 현상들이 보이고 있다.
장애인들을 개인의 눈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닌, 사회적인 큰 틀안에서, 보다 넓은 관점에서 이해해주시고 함께 해 주시길 부탁 드린다. 바다안에 강물이 흘러 들어가듯 그렇게 편견 없이 자연스럽게 장애인들과 함께하고 서로 위화감 없이 융화되어 가는 시민의식이 조성된다면, 분명 모두가 함께 풍요로운 그런 이상적인 사회가 만들어지리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