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열린 성남시의회 제229회 정례회 3차 본회의에서 '고등학교 무상교복 지원 예산(2017년도 제3회 추가경정예산안의 수정안)' 29억원이 표결 끝에 부결됐다. 스코어는 찬성 16, 반대 17로 예산안을 지지하는 시민들 입장에서 본다면 단 한표가 아쉬운 결과이다.
시민들간에도 찬반 논쟁이 뜨거웠던 사안인만큼, 그 후폭풍도 거세다. 인터넷 및 SNS 상에는 벌써부터 성남시의회 자유한국당 의원들에 대한 성토가 범람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도 본회의 직후인 29일 오후 보도자료를 통해 자유한국당 성토에 볼륨을 더했다. 또한 자유한국당 측이 이재명 시정부에 대한 발목잡기를 위해 예산안에 반대표를 던졌다고 주장하는 한편, 투표 진행에 있어서도 무기명 투표를 통해 쟁점에서 비겁하게 회피했다고 비판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개인적으로 엄연히 정책에 대한 결정을 내리는 것이니 만큼 기명투표로 진행되는 것이 일반적인 결정임을 부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한가지, 무기명 투표로 진행됐기에 예산안이 부결됐다는 주장들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떠오른다.
당일 고교 무상교복 예산안(2017년도 제3회 추가경정예산안의 수정안)의 투표결과는 찬성16, 반대17이며 현재 성남시의회 정치지형도는 자유한국당 15명, 더불어민주당 14명, 국민의당 3명, 바른정당 1명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성남시의회의 중립지대, 즉 캐스팅 보트는 국민의당 소속 의원 3명(김유석 의장, 박종철 의원, 조정식 의원)과 바른정당 소속 의원 1명(이기인 의원)이 된다. 요컨데 더불어민주당 의원 14명 모두가 찬성에 표를 던졌고, 자유한국당 의원 15명이 모두가 반대표를 던졌다고 가정했을 경우 중립지대에서 설득한 인원은 둘뿐이라는 얘기다.
이 중 국민의당 소속 의원들은 당초 더불어민주당에서 탈당해 넘어간 것으로, 이해관계나 협상 결과에 따라 찬성표를 던질 수 있는 인원들이다. 기명이니 무기명이니 투표방법과는 상관 없는, 아니 협상이나 설득의 영역을 자유한국당 의원들까지 넓힐 경우 무기명 투표로 진행되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는 상황인 것이다.
물론 기명 투표로 진행됐을 경우, 분명 투표결과가 찬성 쪽으로 유리하게 나왔을 것이며 만에 하나 예산안이 부결됐을 때에도 반대표를 던진 의원들을 공개적으로 압박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관람자 입장에서 봤을때에도 애초부터 기명투표로 진행될 확률은 희박했다. 금번 투표방법을 정하기 위한 투표 결과는 무기명 19대 기명 14였다. 14라는 숫자가 익숙하지 않은가? 협상과 설득은 필수 불가결 요소였다.
만약 전반기 성남시의회가 양당체제였을 때 같은 사안이 무기명 투표로 진행돼 부결됐다면, 투표방식에 대한 문제제기에 큰 설득력이 붙겠지만, 현 시점에서 예산안 부결의 원인을 무기명 투표로 진행된 것에 책임을 지우기에는 조금은 부족해 보인다.
다시 한번 강조하건데, 당일 투표가 원칙적으로 기명투표에 의해 진행됐어야 한다는 것에 이견은 없다. 하지만 감히 필자 본인보다 모두가 훨씬 더 잘 알고 있는 사실을 한 가지 적어본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 문제의 원인을 명확하게 두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렇지 않다면 금번 본회의에서 있었던 것과 같은 결과는 내년 지방선거 전 까지 얼마든지 재현될 수 있다. 그때마다 같은 이유가 나온다면 시민들의 이해심도 다른 방향을 향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