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기간이 너무 짧아 아쉽지만 올해도 여전히 민족최대의 명절이라는 추석이 다가오고 있다.
소방관이 된지 5년째. 특별경계근무, 당직 등으로 명절을 온전히 보내지는 못하지만 우리 소방관들에게도 추석은 설레는 기다림이다. 그러나 항상 이맘때면 소방관으로 한가지 더 떠오른 것이 있다.
"건망증"
사전적 의미는 기억장애의 하나로 잘 기억하지 못하거나 잊어버리는 정도가 심한 병적인 상태라고 한다. 보통의 사람들은 하루에 10가지를 기억하면 다음날에는 3가지를 잊어버리고, 일주일후에는 5가지만을 기억하는 것이 정상이지만 꼭 기억해야할 것들을 자꾸 잊어버려서 생활에 어려움이 생기는 것을 건망증이라고 한다.
흔히들 사람을 망각의 동물이라고들 한다. 사람이 모든 것을 잊지 못하고 기억한다면 엄청난 스트레스로 인해 살아남기 힘들 것이다. 조물주의 창조의 신비라고나 할까... 망각, 건망증은 긍정적일 수 있으나 소방관으로서 내가 보는 건방증은 긍정적으로만 볼 수는 없다.
벌써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고들 계실 것이다. '누군가가 휴대폰을 아무리 찾아도 없더니 냉장고에서 나왔다'라든지 '딸 결혼식에 가야하는데 미용실에서 3시간을 보내 결혼식이 엉망이 되었다'라든지 정도는 소방관으로서는 애교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집안에서 곰탕을 약한 불에 올려놓고 병원예약이 있어 외출하는 경우, 라면을 먹는다고 물을 올려놓고 깜박 잠이 드는 경우, 빨래를 삶는 중 전화통화하다 깜박하는 경우 등 사소한 건망증이 하루아침에 생활의 터전을 태워 버리고 돌이킬 수 없는 재해로 변해 버릴 수 있다.
추석이 다가와 더 걱정되는 것은 해마다 명절 때가 되면 어김없이 잠시의 건망증으로 인한 화재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민족최대의 명절 추석. 흩어져 있던 가족들이 모여 정다운 이야기꽃을 피우고 감사의 정을 나누는 추석. 잠시 일상생활의 걱정거리를 망각하고 그간의 메임을 풀어도 좋은 연휴지만 잠시의 건망증이 돌이킬 수 없는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만은 절대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가족들이 성묘간 사이 음식을 차리면서 얻은 피로, 스트레스를 잠시 풀기 위해 낮잠을 청하신다면 다시 한 번 가스 불을 확인하기 바란다. 혹시 먹던 음식이 상할까봐 가열하고 있지는 않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