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이 시작되면 청소년수련관 직원들이 긴장하기 시작한다. 이유는 연중 활동프로그램이 계속 운영되는 동시에 여름방학 중 실시해야 하는 야외활동 프로그램들이 중첩돼 진행되기 때문이다.
여름방학은 청소년들과 지도자에게 야외활동을 하기에 더할 나위 없는 좋은 계절이다. 청소년과 함께하는 인문학, 체육활동, 지역교류활동, 자연체험활동, 국제성취포상제의 탐험활동, 청소년자치기구들의 워크숍 등을 짧은 여름방학 동안에 집중적으로 실시해야 하는 동시에 단기적인 프로그램들도 계속적으로 진행된다. 이런 사정으로 일부 직원들은 집에 들어가는 날보다 야외 캠프에서 보내는 날들이 많을 지경이다.
성남시에는 청소년육성재단이 있고 산하에 5개의 청소년수련관이 있는데 그 중 필자가 몸담고 있는 수정청소년수련관의 경우 지난달에는 ‘청소년 동아리 연합 워크숍’과 오대산을 중심으로 한 ‘국제성취포상제’ 참여자 대상 청소년 탐험캠프, ‘여수엑스포’ 현장을 중심으로 여수시청소년수련관 청소년들과 함께하는 교류캠프, 한탄강 래프팅, ‘여름레포츠 체험캠프’, ‘가족사랑 힐링캠프’ 등이 진행됐다. 그리고 지난 6일에는 40명의 청소년이 충남 보령 일대로 ‘2012 푸른 꿈 나래 캠프’를 갖기도 했다.
특히나 올해처럼 연일 계속되는 폭염 속에 여러 개의 야외캠프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다보니 지도자들은 캠프의 여독을 풀 시간도 없이 다음 캠프를 준비해야 하는 모습은 지켜보며 미안함과 안쓰러움이 늘 공존한다.
그리고 캠프에 참여하는 청소년들이 혹여 더위를 먹지나 않을까하는 염려 때문에 지도자들에게 격려하기보다는 더 많은 당부와 잔소리를 하게 된다. 그렇게 해야만 캠프장으로 향하는 우리 아이들의 상기된 표정에 조금이나마 보답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제 막 떠나려는 버스를 향해 손을 흔들면서 지난날 경험했던 추억이 떠올랐고, 캠프를 통해서 더욱 의젓해지고 한층 성장해 있을 우리 아이들을 생각하니 빨리 짐을 꾸려서 동행을 해야만 할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했다.
사실 청소년 시기의 야외체험 자연탐사캠프는 청소년들에게 있어 가장 청소년다운 프로그램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왕성한 호기심과 도전정신, 그리고 지칠 줄 모르는 에너지로 무장된 청소년 시기에 삶의 가장 원초적이고 종합적인 자연의 무대에서 자연 구성원의 한 개체로 자신을 드러내고 한계에 인내하며 자연과 조화를 통해 소중한 삶의 지혜를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날 청소년들의 현실은 어떠한가? 지금 우리 청소년들은 ‘줄 세우기식’ 무한경쟁의 입시체제에서 유발된 과도한 학습의 무게에 짓눌려 신음하고 있으며 가장 생기발랄하고 자유로워야 할 놀이문화마저도 PC방, 노래방 또는 디지털 유료 콘텐츠의 상품질서에 길들여져 자본의 탐욕스러운 먹잇감으로 전락하고 있는 실정이다.
첨단의 ‘문명 이기’는 우리에게 자본을 매개해 ‘빠르고 편하고 쉬운’ 상품을 유혹하고 청소년들에게도 그 질서에 훈련되기를 요구한다. 이런 환경에서 청소년들의 넉넉한 인성과 조화로운 삶의 지혜를 어떻게 기대할 수 있겠는가? 결국 이런 청소년사회 환경의 부작용은 학교폭력과 자살, 소위 ‘왕따’ 등으로 광범위하게 전 사회적문제로 드러나고 있는 실정이다.
요즘 일각에서는 ‘숲 치유 프로그램’ 또는 ‘힐링캠프’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결국 자연으로 돌아가 자연과 교감하고 자연을 통해 스스로를 반추하며 인성을 다독이고 곧추세우겠다는 것 아니겠는가. 구태여 ‘숲 치유’니 ‘힐링캠프’니 이런 이름이 아니어도 상관없다. 자연을 탐사하고 체험하는 과정이면 그만이다. 삶의 과정에는 ‘더디고 불편하고 어려운’ 일들도 도처에 널려있는 만큼 청소년 시기의 적절한 삶의 훈련은 바로 이런 과정을 경험하고 극복하는 지혜를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기회는 인위적이기 보다 자연환경 속에서, 산과 들, 강과 바다를 호흡하는 바람과 어우러져 경쟁 아닌 자연의 일부분으로 부끄러울 것 없이 스스로를 겸허하게 드러내는 과정이면 좋겠고, 숲으로 성장해 바람처럼 소통하며 그렇게 얻은 자기 성찰이 우리 청소년들의 인성을 넉넉하게 성장시켜줄 자양분이 될 것이라고 필자는 확신한다.
올해는 예년에 비해 여름방학이 유독 짧다. 그래서 벌써 여름방학의 중반이 지나고 있다. 어차피 방학이 끝나면 우리청소년들은 또다시 학업경쟁의 정글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그래서 더욱 간절하게 가져보는 바람이고 기대인데 우리 청소년들에게 방학기간만이라도 자연을 탐험하고 친구들과 어울려 숨 쉴 수 있는 삶의 초보적 체험캠프의 기회를 갖게 해 줄 어른들의 배려와 여유를 구할 수는 없을까. 물론 모든 학부모를 문제 삼는 것은 아니다.
벼 한 포기가 자라서 열매를 맺기까지도 두 계절이 걸리는데 분재보다도 더 더디게 성장하는 생명이 우리 아이들이다. 매월 성적표에 채근당하는 우리 청소년들에게 긴 호흡과 멀리 보는 시각을 가질 수 있는 기회, 도전과 조화의 자연탐사 체험캠프를 허락하는, 청소년시기에 꼭 맞는 ‘2012여름방학’이 배려되기를 기대한다.
수정청소년수련관 오명록 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