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칠 갑 산 >의 주병선, 드디어 산을 넘어서다!
그 주인공 주병선이 2009년 6월. <여덟번의 행복에 대한 고백>이라는 앨범타이틀로 오랜만에 새 앨범을 발표했다.
어느새 마흔셋의 나이. 삶에 대한 관조가 앨범타이틀에 묻어난다. 그러나 주병선의 탁월한 가창은 세월을 거스른다. 잘 알려지지는 않은 얘기지만 그의 부친 주운옥은 호남지역에선 내로라하는 풍물패의 ‘상쇠’였고 향토문화재로 까지 지정되었던 인물이다. 그 덕에 어려서 그의 집안엔 박동진,조상현, 안숙선같은 당대의 국악명인들의 출입이 잦았고 자연스럽게 우리 음악의 DNA를 체득해가면서 주병선은 성장해갔다.
그는 중고등학교 시절 성악가로서의 재질을 평가받아 발성을 훈련했다. 그러나 정작 그는 추계예대 국악과에서 타악을 전공한다. 그는 또한 경주신라문화재에서 설장고춤으로 최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한다. 藝人으로서 갖춰야할 모든 것들을 두루 섭렵해 가고 있었던 것이다.
대학재학 중 그는 mbc대학가요제에서 금상을 수상하며 대중가수로의 잠재성을 증명하지만 그 일은 주병선과 조운파를 이어주는 인연의 고리가 된다. 주병선의 노래하는 모습을 보던 조운파는 무릎을 친다. <칠갑산>의 임자를 발견해 낸 것이다. 그렇게 주병선은 세상에 이름을 알려지게 된다.
이 후 주병선은 여섯 장의 앨범을 발표하는 등 꾸준히 음악활동은 해왔지만 초기에 기대와는 달리 그다지 커다란 상업적인 성공을 일궈내지는 못하였다. 데뷔작품의 엄청난 반응이 오히려 그를 <칠갑산>만의 주병선으로 가둬버린 탓일까?
하지만 주병선의 음악적인 각고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생각보다 많은 발표앨범수가 말하듯이 그는 상업적인 성공여부와는 무관하게 꾸준한 음악세계를 구축해가고 있었고 90년 고복수가요제 신인상. 97년남인수가요제 대상을 수상하기도 하였으며 주로 국악과 대중가요의 접목을 통한 새로운 음악세계를 탐구해가고 있었다.
그러던 주병선은 2007년, KBS 대하드라마 ‘대조영’의 주제가인 ‘어머니의 나라’를 부르며 다시 세간의 이목을 받게된다. 이 때 만난 사람이 당대 최고의 드라마 음악감독으로 알려져 있는 이필호였다. 베토벤바이러스, 식객, 서울1945, 패션70's, 바람의나라, 해신, 로비스트 등 음악성과 대중성에 있어 최고의 평가를 받고 있는 이필호감독은 ‘대조영’의 메인타이틀을 불러 줄 사람을 찾던 중 우연한 기회에 주병선을 만나게 되었고 국악과 양악의 창법을 두루 겸비한 주병선의 스케일 크고 역동적인 보컬에 매료된 그는 이후 주병선으로부터 자신의 여덟번째 앨범 프로듀서로의 제안을 받게 된다.
<칠갑산>의 주병선과 드라마 음악감독 이필호와의 만남은 일반인이 보기에 다소 어색한 대목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짧지않은 시간 주병선은 이필호의 지휘아래 새로운 뮤지션으로서 재탄생의 과정을 가게 되었고 드디어 음악인 주병선이 지니고 있는 음악적 잠재위에 이필호의 색감이 덧씌워진 그야말로 새로운 음악인으로 거듭나게 된다.
이번 주병선 새 음반의 특징은 참여한 음악인들의 음악적 스펙트럼이 넓다는데 있다. 인기작곡가 박해운과 작사가 김진용이 만든 타이틀곡 <아리 아리요>를 비롯, 임종수 선생의 곡에 가수 나훈아가 노랫말을 붙인 ‘아버지의 강’, 대조영의 메인타이틀 ‘어머니의 나라’가 새로운 편곡으로 자리하고 있으며 오늘날의 주병선을 있게 한 <칠갑산>이 이필호의 손을 통해 60인조 오케스트라의 연주가 들려주는 커다란 스케일의 곡으로 재탄생하였으며, 신세대 인기가수 버즈, 태연의 들리나요 등을 히트시킨 이상준과 이승철의 히트곡을 제조한 홍진영 등이 참여하여 다채로운 감각의 음악을 구사해 주고 있다.
일단 여러가지가 재미있다. 과연 이필호 음악감독을 선택한 주병선의 음악적 승부수는 어떤 성적표를 받아낼 것일까? 그 행간의 의미들을 음악 한 곡 한 곡들을 통하여 추적해보며 대중음악인으로서 주병선이 지니고 있는 새로운 면목을 발견해 나가는 것. 그리고 또한 그 과정을 통해 주병선이 그 간 닦아온 각고의 노력과 대중가수가 시도하는 새로운 음악과의 결합이 주는 색다른 맛을 음미해 보는 것도 또 다른 즐거움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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